이아롬

마당이 있는 시골집에서 미니피그를 키우며 살기 위해 헬로파머에서 일하고 있는 매니징에디터. 도시청년 농사 자립 프로젝트 '유기농펑크'로 활동하며 농사와 생태적인 삶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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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티이미지뱅크

“농사에 대해 주인의식이 낮은 나, 괜찮을까요?”

 

안녕하세요. 저는 지리산이 있는 마을에서 태어나 농사짓는 부모님 아래서 자란 30대 남성입니다.

저는 작년 8월 고향으로 돌아가 부모님과 과수농사를 함께하고 있습니다.

 

사실 처음부터 농사를 지을 생각은 아니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학교에 다녀오면 친구들과 놀 수 있는 기회도 주지 않고 강제로 농사일을 하도록 강요하는 부모님 때문에 농사에 대한 반발심이 있었거든요.

 

그러다 농사를 지어야겠다고 생각한 건 군대를 다녀와서였습니다.

우연히 농민단체와 인연을 맺게 되었고, 저는 농민단체에서 5년 가까이 상근활동가로 일하며 우리나라 농업에 대해 다시 돌아보게 되었거든요.

부모님이 농사를 짓기 때문에 농업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대부분의 농민들이 농사를 열심히 지어도 적자인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더군요.

‘왜 그럴까?’라는 고민때문에 농민단체 실무자로 일했고, 큰 해결책을 찾지는 못했지만 저는 다시 고향의 농사 현장으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제 또래 친구들이 고향으로 내려올 때, 부모님들에게 “망해서 내려왔다”, “일 못한다”, “게으르다” 이런 타박을 듣는 것이 일쑤입니다.

하지만 저는 부모님이 저에게 그런 타박을 하시는 것을 한번도 들어본 적 없습니다. 그래서 부모님과 잘 지내냐고요? 그건 또 다른 문제 같습니다.

오히려 저는 부모님의 농사를 보며 ‘다 하지도 못할 일을 왜 이렇게 많이 벌일까?’, ‘더 쉽게 할 수 있는 일인데 왜 기존의 방식을 고집할까?’ 이런 생각이 들거든요.

그렇다고 부모님께 그런 제안을 할 수도 없습니다.

사실 제 고민은 이런 지점입니다.

크게 갈등상황이 있지는 않지만 한 집에서 같이 농사짓고, 농사는 부모님의 소유이다 보니 스스로 생각했을 때도 주인의식이 낮다고 느껴진다는 점 말이죠.

저는 주체적으로 농사를 짓기보다는 당장 닥치는 일만 처리하는 일을 주로 합니다.

큰 결정에 있어서 의사표현은 할 수 있지만, 결정은 부모님의 일이죠.

가장 답답한 건 농약을 줄이고 싶은데 그런 부분에서 전혀 조율이 되지 않습니다.

 

어떤 때는 ‘내가 내 농사를 짓는 것이 독립일까?’라는 생각이 들지만, 땅이라든지 판로개척이나 쌓인 농업 기술이 없어 스스로 독립을 할 준비가 안된 것 같습니다.

그러다 또 ‘이렇게 살다보면 자연스레 농촌에 스며들 수 있지 않을까?’, ‘내가 무엇을 빨리 해야한다는 것이 조급한 것이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하며 제 스스로도 확신이 없다는 자책을 하게 되는데요.

 

저는 또래들과 함께 농사도 지어보고 싶고, 우리 지역으로 또래들이 귀농할 수 있도록 역할을 하고 싶기도 합니다. 시설이 아닌 땅에서 농사짓고 싶다는 꿈도 있고요.

하지만 지금 당장 주체적인 농사를 짓지 못하는 제가 이런 것들을 할 수 있을까요?

(※사연을 보내주신 분의 요청에 따라 지역 및 농사 분야는 변경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Counselor’s Advice

“내 질문의 답을 따라 생각하고 행동해보세요”

안녕하세요. 상담사 김지연입니다.

농부님의 살아온 이야기를 글로 쓴다면 농사라는 일을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농사와 관련하여 애틋한 감정과 사연들이 있을 것 같아요.

어릴 때는 내 뜻과 무관하게 강제로 농사를 만나 싫었을테고, 커서는 농사 짓는 것이 적자임을 알고도 마음이 농사를 향했고, 지금은 내가 주도적으로 다루어보고 싶기도 하면서도 약간은 두렵기도 한 마음이네요.

 

가장 고민되는 지점이 ‘한 집에 살며 같이 농사짓다 보니 스스로 주인의식이 약해지는 점’ 이라고 하셨는데 일을 주체적으로 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말씀이시지요?

지금 짓는 농사는 부모님의 공간, 즉 부모님이 주인이고 농부님은 작년에 시작해서 아직 뜻대로 농사지어본 경험도 없으니 주인의식이 안생기는게 어쩌면 당연한걸지도 몰라요.

독립해서 혼자 농사짓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고도 하셨는데 그 또한 그럴 수 있겠다 싶은게, 농민단체 활동 하면서 적자인 상황만 잔뜩 보셨다고 하셨잖아요.

그래서 저는 오히려 궁금했어요.

어렸을 때는 정말 하기 싫은 일이었을 텐데 왜 군대 다녀와서 농사를 선택했을까.

또 연구조사 하면서 대부분이 적자임을 보았음에도 어떻게 농사지을 마음을 먹었을까를요.

이에 대한 답들을 여러가지 찾다보면, 농부님이 농사를 짓고자하는 ‘자기만의 이유’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요.

 

시간을 충분히 두고 자기만의 이유를 발견하는 시간을 가져보시면 좋겠어요.

어떠한 과정을 거쳐 여기로 왔고, 무엇을 하고 살고 싶은지.

궁극적으로 어떻게 살고 싶고, 그렇게 살기 위해서 지금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요.

 

그러한 질문을 품고 여러 측면들의 답들을 찾아나가다보면 나에 대한 믿음이 생기고

농사와 내 삶 모두, 나의 선택으로 운영하게 되면서 내가 주인이라는 주인의식이 쌓여나가겠지요.

주인으로서 생각하고 행동해야 주인의식이 생기는 거지, 거저 생기는게 아닐테니까요.

그때가 오면 부모님께 원하는 바를 분명하게 얘기해서 싸울 힘도 생기고, 나만의 농법을 실험해 볼 도전의식도 생기고, 농사가 아니라도 농민들이 잘 살 수 있는 어떤 다른 일을 해야할지가 선명해질거예요.

그때가 바로 오지 않더라도 지금 떠올리는 물음들에 답해가는 과정이 충분히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거예요.

마음 속에 질문이 생기면 그 자체만으로도 내 삶이 조금씩 변하게 되거든요.

 

또 농부님은 농업과 농민들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일에 관심이 많으시네요.

청년들의 교류를 만들어나가고 농민회에서 활동도 하면서 청년들이 농사짓는데 필요한 조건을 고민하고 계신데, 그거야말로 농부님 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싶어요.

평생 농사만 지으신 분들은 관심이 거기까지 미치지 못할 테니까요.

 

지금은 작은 바람으로 가지고 있는 뜻이지만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움직인다면 의미있는 변화를 이끌 수 있지 않을까요?

마침 제가 후원하는 단체에서 지리산권의 작은 변화를 위한 활동을 지원한다하니, 삶의 방향이 같은 사람들과 한번 연결되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http://jirisaneum.net/about_center

 

 

이아롬

마당이 있는 시골집에서 미니피그를 키우며 살기 위해 헬로파머에서 일하고 있는 매니징에디터. 도시청년 농사 자립 프로젝트 '유기농펑크'로 활동하며 농사와 생태적인 삶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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