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아롬

마당이 있는 시골집에서 미니피그를 키우며 살기 위해 헬로파머에서 일하고 있는 매니징에디터. 도시청년 농사 자립 프로젝트 '유기농펑크'로 활동하며 농사와 생태적인 삶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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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자

[덕자] 본격적으로 농사지을 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사회의 성차별을 인지한, 모두가 평등한 사회를 바라며 살고 있는 페미니스트.

[덜꽃] 홍천에서 농사짓는 사람. 모든 차별과 폭력에는 반대하고 있지만 그걸 어떻게 문제화 시키고 해결해 나가느냐에 대한 고민이 있어 페미니스트로 정체화 하지는 않음.

[연근] 귀농 생활 1년차. 페미니즘이 나를 설명하고 이해하게 도와주는 수단이라 생각하는 페미니스트. 페미니즘으로 자신이 경험한 성차별이나 스스로의 폭력성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삼는다.

[삐삐] 곧 삼형제의 엄마가 될 준비를 하고 있는 사람. 페미니즘을 지지 하고 지향하지만, 사실 아직 페미니즘이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은 상태

[봄] 5 년간 농사짓다가 잠깐 다른 계획을 짓고 있음. 여러 편견에서 자유로우려 애쓰는 사람이라는 의미에서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 생각함.

[수수] 모든 차별에 대해 거부감, 반대를 가지고 있는 페미니스트. 하지만 차별을 받는다 생각하지만, 나 또한 누군가에 대해 차별을 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에 자신 있게 이야기 하지는 못함.

[서연] 이십여 년 전 자연체험 진행하면서부터 관심이 있어서 작년에 귀농할 작정으로 귀촌함. 현재 마을 사업 중.

[달짱] 사회적 성차별을 감지를 하나, 아직 한국사회구조가 성평등 인지 수준이 낮기에 공개적인 페미니스트의 운동성에 대한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는 사람.


 

미투로 매일이 시끄러운 요즘. 하지만 농촌에서는 미투도 페미니즘도, 다른 세계의 일로만 느껴진다.

그녀들의 이야기가 자신들의 언어로 직접 전달될 수 있도록, 농촌에서 ‘젊은 여자’로 산다는 것 기사를 위해 진행했던 농촌 여성들과의 인터뷰의 전문을 공개한다.

 


 

여성에겐 너무 불편한 농기구

© 게티이미지뱅크

 

Q. 농기계 대부분이 남성의 신체에 적합하게 맞춰서 나왔다고 들었어요. 그 때문에도 남성이 필요하다고요. 농기계 다루면서 체력적 한계를 느끼시는지요?

 

[] 관리기!

 

[수수] 기계는 크기가 작으면 작을수록 여성이 다루기 힘들어요. 관리기처럼요. 차라리 트렉터는 편하고요.

 

[] 질질 끌려가고 돌 튕기면 튕겨나기 일쑤라 너무 힘든데 소규모에서 가장 요긴 한 건 관리기거든요.

 

[수수] 크기가 작다는 건 사람의 힘이 많이 필요하거든요.

 

[] 맞아요.

 

[연근] 관리기조차도 시동걸 때 많은 힘이 필요로 해서 놀랬던 기억이 있어요. 그래서 관리기 빌리고 동

네 남성분한테 시동걸어 달라고 와달라고 한 적도 있죠.

 

[] 트랙터 콤바인은 쉬워요. 파워핸들이라 일반 차랑 비슷해요.

 

[연근] 오히려 그럴 것 같아요 운전이랑 비슷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덕자] 전 예초기가 무섭습니다.

 

[] 아 트랙터가 옛날 거라 제가 다리가 짧아서 좀 닿기 어려운 건 있네요.

 

[수수] 맞아요, 관리기 예초기 다 여성이 하기에 힘들어요.

 

[] 예초기는 패쓰 너무 무겁고 위험하고, 경운기는 아예 패쓰.

 

[덜꽃] 예초기는 위험한데 필요하긴 하죠.

 

[덕자] 그럼 풀은 어떻게 깍나요?

 

[수수] 저는 기계 쓰는 일은 그 집에 가서 품앗이해요. 그 집가서 하루 일해주고, 그 집 남자분이 오셔서 기계해주고요.

 

[] 실제 아는 언니는 예초기 매고 산을 다 깍기도 하던데 존경스러울 따름이에요. 맡길 사람 없음 낫질만이 살길이죠.

 

[달짱] 봄 이야기처럼 트렉터는 신장이 짧은 저에게 다리를 뻗어서 온종일 밭 갈고 골 째면 다리가 후들거리고, 예초기는 몸의 상체와 손이 후덜거리고, 관리기는 온몸 운동이 되어 뻗습니다. 그래서 저는 결정 한 것이 있습니다. 그 노동력 없이 농사를 짓자는 거요.

 


여성이 자주 듣는 이야기

 

Q. 혹시 내가 여성이라 이런말 들은거 아냐? 싶은 황당한 말 있나요?

 

[덕자] 고향에 오니, “돈 착착 잘 버는 남자 만나서 결혼하”란 얘길 많이 들어요. 그래야 하고 싶은 농사도 마음 편히 지을 수 있다고. 그냥 제가 짓는 농사는 취미생활이라고 생각하시는 거죠. 뭐, 돈 착착 잘 버는 파트너가 그 돈을 저와 공유하면 마다할 일은 없겠지만.

 

[] 관련 강의를 가든 마을 일을 하든 직함이 아닌 “아가씨, 야” 등으로 불리는 일이 많죠.

 

[수수] 예전(15년 전쯤)에는 이름을 거의 안 불렀는데, ‘서울댁’ 뭐 이렇게. 그런데 요새는 이름을 다 불러주시더라고요. 어머님들도 70넘은 어르신들도 다 서로 이름 부르시고 그래서 깜짝 놀랐어요.

 

[] “대학까지 나와서 취직도 못 하고 노는 애 시집도 못 간다” 소리 많이 들어요.

 

[] 여성이 농사를 업으로 삼는것은 직업선택으로 보지않는 경향도 있어요. 덧붙여 억대 농업인 수준이 아닌 다음에야 ‘시집못가서 집에 있는 애’ 취급받기 쉽고…

 

[덜꽃] 전 제가 뜻이 있어 귀농준비하다 남편을 만나 결혼한 건데 남편 따라온 사람 취급받는 경우가 있죠. 대부분 많이들 그러더라고요.

 

[수수] 저는 원래 A지역으로 내려갈 고민 많이 했었는데 A지역에서 결혼해서 남자랑 같이 오지 않으면 받아주기 힘들다고 했어요. 그래서 B지역으로 왔지요.

 

[] 맞아요. 자발적인 삶의 선택인데 그게 그렇게 비춰지지 않죠. 그러려면 매스컴 많이 타고 돈도 억수로 벌어야죠(웃음).

 

[] 게다가 농사는 텃밭 수준으로 하고 농촌에 내려온 혼자 사는 여성의 경우 매우 심각하게 여기세요. 얼른 해치워야 할 짐처럼요.

 

[수수] 저는 20대에 촌에서 농사짓다 30대에 서울로, 40대엔 다시 촌으로… 여기 계신 분들이 이해를 잘 못하겠다고.. 특히 언니들이.. 농촌이 얼마나 힘들고 가부장적이고 힘든 줄 알면서 왜 불구덩이로 오냐고 하더라고요.

 

[덜꽃] 그렇죠, 도시에서 편히 살지 잘 배워 왜 여기와 사냐고들 하시더라고요.

 


 

나의 롤모델

 

Q. 혹시 같은 마을에 롤모델로 느껴지는 선배가 있나요? 있다면 어떤 점이 롤모델로 느껴지세요?

 

[] 아는 언니들이 시골에 내려와 사시는데 마을 어르신들과 관계가 좋아요. 그러면서도 분명한 간격을 유지해요. 마을 내에서 의 상하지 않으면서도 업신여김 받지 않고 삶을 살아가요. 옆에서 보면 이른바 ‘적당히’를 매우 잘 해나가는 것 같아요.

 

[수수] 여기만 그런지 모르겠는데, 70 넘으신 여성농민들이 상당히 진보적이고 진취적이세요. 오히려 40~50대 여성들은 상당히 보수적인데 말이죠. 저는 연세가 79세이신 C어머님이 롤모델인데 얼마나 진취적이신지 몰라요. 농사일이든 집안일이든, 사람과의 관계든 상당히 주도적이고, 자기 철학이 분명하세요. 제가 이곳에 자리 잡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신분이죠. 오히려 남성 농민회원들보다 그 어머님이 저에 대한 루머나 오해(?) 이런 것에 대해서도 분명한 입장을 가지고 정리해주셨죠. 그야말로 여장부죠. 자신의 삶은 자신의 힘으로 개척하는 분이세요.

 

[덜꽃] 저도 되도록 잘 지내려 노력해요 그게 또한 귀농인들에 대한 편견을 없애들이기 위한 이유도 있고요.

 

 


 

농촌에서 룸메이트와 함께 산다는 것

 

© 게티이미지뱅크

 

Q. 도시는 룸메이트가 같이 사는게 흔한 일인데, 농촌에서는 그런 문화가 별로 없죠?

 

[삐삐] 남녀 상관 없이요?

 

[수수] 혼자 사는 것도, 동성 둘이 사는 것도 다 입방아에 오를 일이죠.

 

Q. 남성이 혼자 살거나 남성이 둘이 사는 건요?

 

[수수] 도시에선 둘 다 입방아에 오를 일이 없을 텐데요.

 

[수수] 남성 혼자 사는 것도 많이 많죠. ‘왜 결혼을 안하냐’, ‘뭐 문제 있냐’, ‘능력이 없냐’ 남성 둘도 그렇지 않을까요? 그런 경우는 저도 못봐서요.

 

[덕자] 음, 저희 동네는 귀농, 귀촌인이 많아서 그런지 하우스메이트나 룸메이트를 하는 청년들이 많은 편이에요.

 


 

© 게티이미지뱅크

 

Q. 우리 사회가 부르는 남녀부부와 자녀로 대표되는 ‘완전한 가족’을 이루지 않은 형태를 낯설어 하는 동네도 있고, 귀농 귀촌인이 많은 동네는 거기서 개방된 편이라고 해석하면 될까요?

 

[덕자] 아, 귀농 귀촌인이 많은 동네가 완전한 가족이라는 편견이 없다는 뜻은 아니었어요. 그냥, 친구나 동료들끼리 집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말이었어요.

 

[삐삐] 남녀 상관 없이 농촌에서 룸메이트로 사는 경우는 많아요. 아까 다들 말했듯 농촌에서는 여성 혼자 살기가 어려운 점이 많기도 하고, 집 구하는게 쉽지 않기도 하고요. 집 구하는 일이 쉽지 않아서 혼자 사는 주인집 할머니와 룸메이트가 되는 경우도 꽤 봤어요.

 

[덕자] 음, 삐삐 말을 들으니 생각나네요. 우리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혼자 사시는데, 몇 번 강도를 만났어요. 그래서 집에 하우스메이트를 들여서 몇 년 같이 사셨어요.

 


Q. 그럼 내가 생각하는 평등한 환경에 대해 각자 바라는 점을 이야기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행복한 삶은 뭔가요? 평등한 환경과 행복한 삶은 각자 분리해서 말해주셨으면 해요.

 

[덕자] 음, 저는 각자의 모습을 그대로 인정해주는 것. 우리가 논 생물이나 밭 생물 다양성을 말하듯,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도 인정하고, 존중해주면 좋겠어요. 그럼 전 지금보다 더 행복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공감해요. 동시에 덧붙이는 생각으로 분명 옳은 일이고 필요한 일이지만, 급격하게 짠하고 변할 순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시간이 걸릴 일이고 그 시간동안은 계속해서 불편하고 어려울 일이니 뭔가 뒤집어엎듯 하는게 아닌 지혜롭게 조금씩 나아갔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훗날 입고 싶은 옷을 입고 집을 나서도 별 말 안 듣는 날이 오면 좋겠어요. 

 

[덕자] 아, 봄 말을 들으니 나도 구체적으로 말해보고 싶다! 저는 혼자 외딴 시골집에서 강도 걱정 없이 살고 싶어요.

 

[덜꽃] 전 지금 행복하고 저를 아는 이들에게 휴식 같은 공간이 되고 싶어요, 우리집이요.

 

[] 맞아 맞아, 괜히 나 혼자 쫄리는 기분 들지않는 곳이요(웃음).

 

[연근] 저는 적당히 노동하고 적당히 벌면서 재밌는 소일거리들을 사며 살고 싶어요. 귀농 후에 벌이가 없는 게 가장 고민이라서요.

 

[수수] 저는 농사소득만으로 경제생활을 해결하고 싶어요. 돈 되는 일이라면 안 되는 글도 쓰고 있는데, 이런 잡다한 일 좀 그만하고 싶어요. 귀촌한만큼 꽃 피면 앞산 가서 놀고, 더우면 옆에 바다도 가고, 자연을 온전히 느끼며 생활하며 그렇게 살고 싶어요. 그리고 여성들과 경제공동체, 생활공동체를 만들면 더 즐겁게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덜꽃] 그러고 제가 키운 농산물을 특정인들이 아니라 음식의 인권이라는 말이 있듯이 많은 사림들에게 좋은 먹거리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여성이 꿈꾸는 농촌

© 게티이미지뱅크

 

[왱왱] 그럼 좀더 평등한 농촌이 되기 위해서 나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또 주변에서는 어떤 노력을 해주셨으면 좋겠나요?

 

[삐삐] 음, 제가 생각하는 평등한 환경은 불편한 걸 불편하다 말 할 수 있는 곳 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행복한 삶은… 글쎄요 명확히 답하기가 어렵네요. 요즘 저에게 중요한건 행복이나 불행 보다 일이 우선인 것 같아요.

 

[덕자] 무엇이 불평등한 것이고, 평등한 것인지 꾸준히 공부하고, 주변 사람들과 대화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웃음).

 

[서연] 저는 농촌 온 지 얼마 안 돼서 잘 모르기도 하고, 기본적으로 평등의 문제는 농촌이나 도시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말씀하시는 것들 보다 보니노인정에서 요즘 점심들 드시잖아요. 저희 마을에서는 남자 어르신들도 상 펴고 행주 들고 상 닦고, 남자가 집안일 하는 것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들 하시기도 하더라고요. 평등 까진 아니겠지만, 농촌에서도 여튼 함께 잘 살기위해 서로 맞춰가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바람이 살랑 불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그럴 때 젊은 사람들이 옆에 있음 치켜 세워주고 박수 쳐주고 그러면 농촌도 좀 더 바뀌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덕자] 좋은 일이네요! 살랑살랑 바람이 부는 일.

 

[서연] 그러나 기본적으로는, 삶은 투쟁이죠. 평등도 쟁취해야 하는거고요(웃음). 물론 방법은 물들음 속에서 자연스럽게 하면 좋을 거 같아요.

 

[삐삐] 각자 다르게 생각하고 있는 평등의 기준을 서로 강요하지 않고 함께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덜꽃] 저는 원주민들과 잘 지내면서 조금씩 기회를 만들어 가는 게 중요하다 생각해요. 천천히 길게 보고요.

 

[수수] 저는 봄이 얘기한 것처럼 여성의 노동가치가 온전히 존중받는 그런 농촌을 만들고 싶어요. 거기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우리가 하고 있는 작다고 생각하는 일도 자꾸 이야기하고, 각인시키고, 또 이것저것 활동도 하고요!

 

[달짱] ’평등한 환경’에 대한 바라는 점은 현재 농사를 혼자 짓기에 조금 편안하게 농사지을 수 있게 농기계를 성능 좋고 여자가 사용할 수 있게 보편화 해주고, 공동 협업의 문화를 기획해서 뭉칠 때 뭉치고 혼자 할 때 하는 그냥 즐겁게 농사짓고 환경. 행복한 삶은 스트레스 안 받고 돈 생각 안 하고 짓고 싶은 농사짓고 사는 거요.

 

[수수] 여성농민이 행복한 농촌, 여성이 살고 싶은 농촌, 젊은 여성농민에겐 희망을, 고령 여성농민에겐 영광을!! 저의 모토이자 제가 속한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의 모토입니다.

 

[왱왱] 모두 소중한 의견 주셔서 고맙습니다. 여럿이 참여해 다양한 의견 주셔서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는 좋은 시간을 보냈어요. 좋은 밤 되세요!

 

[덕자] 질문에 대해 고민하며 이야기 했을 여러분의 모습이 상상돼요(전국의 여성이 한 자리에 모이기엔 시간, 교통 등의 한계가 있어 메신저로 진행했습니다). 모두 질문 하나하나에 집중해 답하느라 고생 많았습니다.

 

 

이아롬

마당이 있는 시골집에서 미니피그를 키우며 살기 위해 헬로파머에서 일하고 있는 매니징에디터. 도시청년 농사 자립 프로젝트 '유기농펑크'로 활동하며 농사와 생태적인 삶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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