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아롬

'생태라는 틀에서의 농업'에 관심이 많습니다.
시골에서 미니피그 키우며 사는 로망이 있습니다.

Visit My Website
모든 작성글 보기

나에겐 좋아하는 딸기 농가가 두 군데 있다. 그래서 지금 당장 딸기가 먹고 싶더라도 꼭 내가 좋아하는 농부와 직거래 해 기다림 끝에 먹는다.

직거래 해 먹는 딸기는 하루동안 택배박스 속에 던져지고 물류창고 속에 있었음에도 마트의 딸기보다 새콤달콤하고, 딸기를 먹은 다음날까지 손 끝에서 딸기 향이 날 정도로 향이 진하다.

이 맛의 세계에 빠지기 시작하면 그 다음부터 딸기란 검증된 딸기와 그렇지 않은 딸기, 두가지로 나뉠 뿐이다.

 

좋아하는 딸기는 이렇게 유리용기에 보관하고, 도시락으로 싸가기도 한다.

 

 

딸기 콩포트

그러던 어느날 파주 로컬푸드 매장에서 1kg에 만원짜리 딸기를 발견했다. 싱싱하고 예쁜 딸기가 무농약인데 1kg에 만원이라니!

내가 직거래하는 딸기의 반값이다. 게다가 버릴때마다 난감한 스티로폼 박스의 크기도 훨씬 작지 않은가.

궁금함에 딸기를 구매해 먹어봤더니, 역시 향이 진하다.

1kg을 다 먹고다니 모든 감각이 예민해진 잠자리에서 손끝에서 솔솔 풍겨오는 딸기 향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 후로 파주에 갈 때면 늘 그 딸기를 사왔다.

로컬푸드 매장 아저씨가 자리를 비우면 10분씩 기다려서라도 꼭 손에 쥐고 왔던 딸기.

하루는 플레인 요거트에 넣을 잼이 필요해 그 딸기로 콩포트를 만들어봤다.

 

딸기의 30%정도 분량의 유기농 설탕을 넣고 설탕을 완전히 녹여 딸기청으로 만든다.

 

딸기를 재운 설탕이 모두 녹으면 냄비에 넣고 졸인다.

 

딸기를 건져내고 레몬즙을 넣어 시럽을 졸여내 병입하면 끝이다.

 

딸기 콩포트는 딸기잼이 아닌 딸기 시럽같은 개념으로, 딸기를 으깨 만드는 딸기잼과 달리 딸기 설탕을 조금 넣어도 괜찮다.

또, 몽글몽글 살아있는 딸기의 모양은 그 노동을 하는 나를 기쁘게 했고, 요거트에 넣어 먹을 때마다 톡톡 터지는 딸기는 딸기잼과는 다른 식감을 선사했다.

 

직거래한 요거트에 넣어먹는 딸기 콩포트. 먹어본 사람만 알 수 있는 달콤하고 상큼한 맛이다. 요거트, 딸기, 레몬즙, 유기농 설탕 딱 네 가지만 들어갔다.

 

또다시, 플리마켓

 

 

“은평에서 플리마켓을 연다고 출점해달라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함께 나가볼래요?”

역시 농부 차가운에게는 여러 플리마켓 요청이 들어온다.

한 달에 1~2번씩 꼭 나가야 하는 마르쉐는 부담스럽고, 아직 수확할만한 채소도 없다.

하지만 단발적인 플리마켓이라면 도전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아직 수확할 채소는 없지만, 이번엔 가공품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뭐가 좋을까 고민하던 중 딸기 콩포트가 떠올랐다. 그래, 이 딸기라면 충분히 성공적이겠다.

하지만 콩포트를 만드려면 대량구매해야한다. 1kg에 만원도 비싼 금액이다. 결국, 농부를 직접 만나야 한다.

 

딸기농부를 찾아서

플리마켓 출점을 결심하고 집으로 돌아와 가장 먼저 한 일은 쓰레기통 뒤지기.

욕실 바닥에 풀어헤친 쓰레기통에서 며칠 전 딸기를 먹고 버린 농부의 스티커를 찾았다.

스티커에는 농장의 이름인 ‘삼도품 딸기농장’과 농부 이름, 전화번호와 계좌번호가 적혀 있었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농가로 전화를 해 다음날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

 

딸기농장은 임진각이 가까운 우리나라 최북단에 자리하고 있었다.

 

유기농펑크 프로젝트는 애초에 농업과 금전적 기반이 없는 내가 도시농업을 통해 농부로 사는 삶을 타진하기 위해 시작한 프로젝트였다.

중간에 헬로파머를 만나 안정적인 상황을 맞이해 반농반X같은 궤적에 닿긴 했지만, 그만큼 농사로 만나는 사람과 경험이 제한된 상황.

대한민국 최북단에 위치한 딸기 농장은 차 없이는 절대 갈 수 없는 곳이긴 했지만, 적어도 내 눈으로 농장을 확인하고 콩포트를 만들고 싶었다.

그래야 ‘유기농펑크 프로젝트’가 직접 농사지은 농작물이 아닌 것에 대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삼도품 딸기농장을 운영하는 유정근 농부

 

유정근 농부는 1980년에 농사를 시작한 농부다.

장미농장에서 장미 농사를 배우고, 20년동안 장미농장을 운영한 경력이 있다.

그리고 10년간 다른 일을 하다 작년부터 고향인 삼도품으로 돌아와 작년부터 딸기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장미 농장을 운영한 노하우 때문일까.

유정근 농부의 딸기는 무농약 딸기라 일반 딸기보다 조금 비싸 처음에는 외면 받다가도 사 먹은 사람이 다시 와서 사먹는 딸기다.

소비자는 “이 맛을 한번 본 뒤로 금방 물러버리는 마트의 딸기를 사 먹을 수 없다”며 삼도품 딸기를 찾는다.

 

“이 딸기가 비싸다고요? 제가 직거래 하는 딸기는 500g에 1만원도 하는데요?”

“있는 사람 입장에서는 별거 아닐 수 있지만 사 먹는 사람 입장도 생각해야죠.”

“그래도 제 생각에는 품질에 비해 가격이 많이 싼 것 같아요.”

“그래도 돈 없는 사람도 이 딸기맛을 한 번 보고 죽어야 하지 않겠어요.”

 

말 수가 적고, 물어본 말만 딱 답하는 농부. 그와 대화하는 건 쉬운 일은 아니었다.

쓸데 없는 이야기는 별로 하고 싶지 않아 이웃과 커뮤니티도 이루지도 않는다는 농부.

“그래도 기자가 맞긴 맞나 보네. 나 원래 말 잘 안하는데 자꾸 말을 하게 만들어요. 오늘 말 너무 많이 했어요.”

30분 넘게 대화를 나누자 농부에게 쫓겨나듯 농장을 나와야 했다. 그래도 농부의 노하우는 쏙쏙 들었다.

 

딸기로 농사를 짓는 농가는 보통 딱 반 년만 재배하며 가을부터 봄까지 집중적으로 딸기를 수확한다.

삼도품 딸기는 여름까지 수확할 수 있다. 그 비법은 농부가 직접 만든 하우스에 있다.

농부가 직접 만들었다는 하우스 안에서 함께 대화를 나눴다.

 

농부가 직접 만든 하우스는 천장을 열고 닫을 수 있다.

날씨가 더워지면 농부는 천장을 열고 가림막을 친다.

우리나라의 최북단에 위치해서인지 하우스 안에서 바람만 순환돼도 딸기가 계속 나온다고 한다.

이건 딸기 노하우를 알려준 농장에서 하고 있는 방식이다.

그래서 이미 딸기가 다 끝난 시즌에 갔는데도 딸기는 싱그럽게 맺히고 있었다.

 

딸기를 키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양액은 주지만, 장미와 다르게 사람 입으로 들어가는 딸기에 농약을 치고 싶지 않다는 마음에 무농약을 고집한다는 농부.

주변에서는 양액을 더 많이 주라고 조언하지만, 양액을 많이 주라는 조언을 듣고 딸기가 심하게 몸살을 앓은 이후로는 양액도 많이 주지 않는다.

 

“농사는 어린애 보는 것보다 더 힘들어요. 아무리 어린 아이라도 몸이 안 좋으면 울기라도 하지만, 작물은 울지도 않아요. 가만히 있다가 어느날 보면 시들어있어요. 직접 원인을 찾아야 해요. 그래서 농부는 매일 주인은 밭을 부지런히 둘러봐야 해요. 계속 밭을 둘러봐야 이상있는 것들이 눈에 들어와요.”  

 

하우스 안에는 벌 5통을 두어 수정을 시키고, 농약을 치지 않기 위해 벌레를 유인하는 끈끈이를 둔다.

벌은 5월이 되면 하우스를 떠나 아카시 꿀을 찾아 나간다.

딸기 크기를 고르게 하기 위해 매일 딸기 꽃을 솎는다. 당도와 식감을 조절하기 위해 영양제도 가장 최상품을 쓴다.

농부는 그렇게 1년 안에 나같은 고정팬을 끌어 모으는 딸기를 생산해 냈다.

 

나는 이 농장에서 딸기 8kg을 받아 유기농설탕으로 콩포트를 만들었다.

플리마켓 날에는 또 하루종일 비가 예보되어 있다. 이번 플리마켓도 역시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왜인지 기대되는 이유는 멋진 농부와 연결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아롬

'생태라는 틀에서의 농업'에 관심이 많습니다.
시골에서 미니피그 키우며 사는 로망이 있습니다.

Visit My Website
모든 작성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