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아롬

'생태라는 틀에서의 농업'에 관심이 많습니다.
시골에서 미니피그 키우며 사는 로망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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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차가운 나는 지구 온난화 시대에도 여전히 여름을 좋아한다. 따뜻하니까.

에어컨 보다는 선풍기로 충분한 몸이라 지난 주까지만 해도 크게 덥거나 땀 흘릴 일이 없었다.

하지만 해가 가장 길다는 하지(夏至)를 며칠 앞둔 시점이 되자, 가만히 있어도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힌다.

체력이 약한 덕에 다른 멤버들의 1/5 정도만 노동하는데도 말이다.

역시 절기는 무시할 수 없구나, 라고 농사 짓는 날마다 체감하는 요즘.

도시에 살면서 온 몸으로 절기를 느낄 수 있는 것 역시 농사짓는 자만 알 수 있는 특권이니라.

 


풀이 자라는 속도는 놀라워

 

작물 10%, 풀 90%인 차가운 도시의 유기농 텃밭

솟구치는 기온만큼 풀도 무럭무럭 자란다.

일주일만에 만난 밭은, 풀에 작물이 다 파묻힐 정도로 그야말로 풀밭이 따로 없다.

좋다, 좀 당황스럽긴 하지만 이제부터는 풀과의 전쟁이다.

 

다음 사진을 보고 풀과 농작물을 구분하시오(10점).

 

이 풀을 다 어떡하면 좋을까.

방법은 여러가지다. 예초기로 밀어버릴 수도 있고, 뽑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작은 땅으로 자본 없이 불편하더라도 최대한 환경을 해치지 않는 방법으로 농사 짓겠다 작정한 도시농부들.

예초기를 쓸 수는 없다. 그렇다면 풀 뽑기는 어떨까.

봄에는 호미로 풀 뽑기를 주로 했지만, 여름부터는 작물에 따라 풀 뽑기도 조심해야 한다.

 

정답. 풀 속에 아삭이 고추가 숨어 있다. 왼쪽 아래에도 쿠카멜론 잎이 일부 있다.

 

고추같이 뿌리가 아주 예민한 작물은 풀 뿌리가 뽑히며 땅이 흔들리는 것 조차 자라는데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시기에는 풀을 뽑기보다는 풀의 생장점을 공략해 베어주는 것이 가장 좋다.

이건 오랫동안 도시농장을 운영해온 차가운, 이상린 농부의 팁이다.

뿌리가 뽑히지 않도록 조심하며 낫으로 풀을 쓱싹쓱싹 베다보니 드디어 농작물이 조금씩 구별되기 시작한다.

 

 

상추는 원래 나무다(?!)

 

높이 자라나고 있는 상추나무(?)들

 

도시농부 사이에서 상통하는 도시전설이 있다. 바로 상추는 나무라는 것.

날씨가 더워지기 시작하면 폭풍성장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상추다.

풍성한 잎만 주면 참 좋으련만, 키가 커지기 시작하는 상추는 놀랄만큼 키가 높아져 꽃 피울 준비를 한다.

그러니 상추 뜯기를 아까워 마라. 쑥쑥 자라는 상추는 언제 꽃대를 올려 농사가 끝나게 될 지 모르니.

아마 다음주면 나무가 되어있을지도 모르니, 아주 작은 잎 두어장만 남기고 상추를 모두 뜯었다.

 

사실 상추는 이렇게 뜯어놓고 나면 가끔 감당이 안되긴 하다.

 

 

여름도 헤어짐의 계절

자라는 모습도 아름다운 완두랑 헤어지는 중이다.

 

봄의 이별이 민들레, 냉이, 명아주, 제비꽃… 입안에 상큼함을 더해준 풀과의 이별이었다면, 여름에는 본격적으로 내가 키우기 시작한 농작물과 이별할 계절이다.

이날 나는 완두와 헤어졌다. 새싹부터 자라는 모습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웠던 녀석이다.

지난주만 하더라도 풋콩의 달콤함을 알려줬던 녀석이건만, 벌써 콩에 까만 점이 박혀 알이 단단해졌으니 수확할 수 밖에.

 

마침 지인 도시농부가 까만 점이 박힌 완두와 아닌 완두를 구분하는 포스팅을 올렸다. 모든 완두가 익었을 때 까만 점이 박히는 건 아니고 붉은 꽃이 피는 완두의 경우만 해당된다. © 이윤임 도시농부

 

고수 꽃을 수확했다.

 

잎을 먹는 것들이 꽃이 피는 일은 대부분 헤어짐을 의미한다.

대부분 꽃대를 자르면 조금더 오랫동안 먹을 수 있지만, 고수는 꽃으로 길러 수확하기로 결정했다.

노지 고수는 예상했던 것보다 너무 향이 강해 꽃이 피어나 향이 약해진 상태의 고수가 입맛에 더 맞았기 때문이다.

 

고수 꽃은 이렇게 며칠동안 꽃병에 꽂아 감상하면서 틈틈히 잘라 먹을 수 있다.

 

수확해 집으로 옮겨진 고수는 축 쳐진 상태지만 물에 꽂으면 금방 살아난다.

물만 자주 갈아주면 꽤 오랫동안 눈도 즐겁고 입도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다.

농사는 이토록 매력적인 취미생활이다.

 

차가운 도시의 유기농이 초여름 작물과 헤어지는 법

수확을 마칠때쯤 차가운 이상린 농부가 제안을 했다.

하지감자를 곧 수확해야 하는데, 친구들을 초대해 함께 수확하고 요리해 먹자고.

그동안 차가운 도시의 유기농은 각자의 에세이 작업과 요리를 하며 개인적인 프로젝트처럼 진행해왔다.

하지만 함께 농사짓는 도시농부, 특히 도시의와 나는 노마드형 농부이기 때문에 각자의 프로젝트만 진행하기는 너무 아깝다는 것.

 

그리하여 이런 행사가 기획됐다.

혹시나 7월 2일 월요일, 차도유 멤버들과 감자를 쪄먹으며 낮술을 즐기고 싶다면, 이 링크를 통해 신청 주시라.

약속의 날을 위해 우리는 열심히 땀 흘리며 풀을 뽑을테니!

이아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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