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아롬

마당이 있는 시골집에서 미니피그를 키우며 살기 위해 헬로파머에서 일하고 있는 매니징에디터. 도시청년 농사 자립 프로젝트 '유기농펑크'로 활동하며 농사와 생태적인 삶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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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확이 아닌 채취라는 말이 잘 어울렸던 봄의 풀맛.

하지만 이제부터는 채취대신 본격적인 수확이다!

봄의 풀맛이 상큼했다면 유월의 맛은 다채롭다.

상큼하고, 짭쪼름하고, 고소하고, 매콤하고, 달큰하다.

이래서 인류는 수렵과 채집 이후에 농경사회로 진입했나 보다.

 


아침 8시엔 역시 맥주지

 

“이제 날이 너무 덥죠. 아침 8시에는 와야 일할 수 있겠어요.”

평소보다 2시간 빨라진 모임시간 때문에 잔뜩 얼어 있었건만, 새벽부터 일어나 밭으로 달려가니 술판부터 벌어진다.

흥 많은 아재들과 짓는 농사다보니 매일 빠질 수 없는게 술이었는데 아침 8시부터 만나서 마실 줄야.

맥주는 편의점에서 사오더라도 안주는 공정무역 유기농 건살구, 그리고 텃밭 채소를 먹는다.

돈은 없어도 먹는 건 하나를 먹더라도 제대로 먹는 것. 이게 바로 농부 스웩.

자, 그럼 유월의 텃밭엔 무엇이 있나 볼까.

 

풋완두콩

 

내가 제일 좋아하는 완두가 드디어 수확해도 좋을만큼 자랐다.

완전히 다 익으려면 1~2주 정도 더 기다려야 하지만, 지금 수확해서 깍지째 삶아서 껍질을 까먹는 것도 별미다(일부 토종 완두콩은 깍지째 먹기도 한다).

특히 밭에서 갓 따서 먹는 풋 완두콩은 정말 맛있는데 이건 정말 소수만 아는 맛!

아는 농장이 있어 언제든 방문할 수 있거나, 아니면 내가 직접 농사 지어야지만 맛볼 수 있다.

딱 여름과 가을, 이 맘때만 먹을 수 있는 날이면 날마다 오는 그런 맛이 아니다.

 

풋완두콩을 먹을 때는 깍지가 쭈글쭈글하게 완전히 익은 것보다는 적당히 익은 것이 좋다.

맛이 어떠냐고? 입안에 넣어 깨무는 순간 달콤함이 터지는데, 씹을수록 땅콩처럼 고소한 맛이 느껴진다.

너무 맛있어서 채식을 싫어하는 사람도 즐겁게 먹을 수 있는 맛.

하지만 날콩을 너무 많이 먹으면 배탈날 수 있으니, 너무 욕심내지 말자. 유월의 텃밭엔 또다른 맛이 있다.

 

마늘쫑

이날 마늘쫑 뽑기왕이었던 도시의

 

내가 수확한 것 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마음처럼 되지 않아 너무 힘들어 멤버들이 뽑은 마늘쫑을 수거하는 역할만 했다.

 

차가운(찬우물농장 이상린 대표)과 협업하는 농사를 짓다보니, 가끔 찬우물 농장의 일손을 잠깐 돕고 농산물로 삯을 받을 때가 있다.

마늘쫑을 뽑아야 하는 시기인 6월 초도 그럴 때다. 마늘쫑도 풋완두처럼 먹을 수 있는 시기가 너무나 한정되어 있다.

마늘쫑 뽑는 법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

마늘대의 밑부분에 이쑤시개로 구멍을 낸 뒤 마늘쫑의 윗 부분을 살살 잡아서 뽑아야 하는데, 제대로 뽑히면 정말 경쾌하지만 인내심이 부족한 초보자는 중간에 끊기는 경우가 많다.

차가운의 표현을 빌리자면, ‘기분이 정말 더러워지는’ 경우다

나오다 실패한 마늘쫑을 다시 뽑기란 웬만해서 쉽지 않아 포기해야 하는데 그만큼 먹을 수 있는 것도 줄어든다는 의미다.

끝까지 해내지 못했다는 찝찝함과 먹을 수 있는 양이 줄었다는 아쉬움을 남긴채 성질이 급한 나는 마늘쫑 뽑기를 후다닥 끝냈다.

 

하지만 의외로 몸 쓰는 일에는 선전하는 도시의.

쉽게 지치고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것 없는 나와 달리 몸 쓰는 일에서만큼은 차가운의 든든한 일손이 되어준다.

일을 제대로 못하더라도 나눠주는 것만큼은 넉넉한 차가운과 도시의.

두 일꾼이 건네준 마늘쫑을 들고 집으로 온 나는 그날 훌륭한 한끼를 먹을 수 있었다.

 


도시의 김로이든 쉐프가 알려주는 마늘쫑 파스타 

1. 마늘쫑은 잘 씻어 한입 크기로 일정하게 썬다.

2. 지퍼백에 넣고 70℃ 온도에서 1시간동안 수비드 조리한다(수비드 기계가 없을 때에는 기름이 끓지 않을 정도로 오랫동안 익힌다).

3. 마늘과 마늘쫑을 굽듯이 볶아 삶은 파스타 면을 넣고 한번 더 볶아 면을 완전히 익힌다.


유월부터는 농사도 수확도 친환경으로

 

부끄럽지만 고백 하나 해야겠다.

그동안 채집을 하며 찬우물농장 안에 비치돼 있는 일회용 클린백을 야금야금 뜯어다 썼다.

그러다 집으로 가져가는 농작물의 숫자가 늘어날수록 죄책감도 커져만 갔다.

집에 잘 모셔두기만 했던 코튼백을 바리바리 싸들고 농장으로 가져가기 시작한 날, 약속이라도 한것처럼 에코백을 가져오기 시작한 도시의.

알싸한 마늘쫑과 짭쪼름한 샐러리, 싱그러운 상추, 톡 쏘는 한련화와 아삭한 고추, 단내나는 풋완두콩까지 가득 넣고나니 부자가 된 우리.

유월의 텃밭도 이토록 풍요로운 맛이다.

 

 

 

이아롬

마당이 있는 시골집에서 미니피그를 키우며 살기 위해 헬로파머에서 일하고 있는 매니징에디터. 도시청년 농사 자립 프로젝트 '유기농펑크'로 활동하며 농사와 생태적인 삶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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