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아롬

마당이 있는 시골집에서 미니피그를 키우며 살기 위해 헬로파머에서 일하고 있는 매니징에디터. 도시청년 농사 자립 프로젝트 '유기농펑크'로 활동하며 농사와 생태적인 삶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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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두꽃이 활짝 핀 찬우물농장의 돔

 

비닐로 만든 돔 안이 더워졌다. 이제부터는 하우스 보다 밖이 훨씬 쾌적한 날이 시작된다.

즉, 농사가 점점 바빠진다는 뜻이다.

 

무럭무럭 비맞고 풀밭이 된 공동밭

 

지난주에는 비가 많이 오는 바람에 2주만에 모인 차가운, 도시의, 유기농.

공동밭은 비맞고 무럭무럭 자란 감자 싹과 상추, 완두, 그리고… 어마어마한 풀이 있었다.

 

고난의 앉았다 일어나기

감자에 북주기 시범을 보이는 차가운

 

이제 감자싹에 1차북주기를 해야할 시기. 이상린 대표의 가르침 받들어 초보일꾼 도시의와 유기농은 감자싹을 흙으로 덮었다. 여기까지는 상쾌하게 OK.

다음 스텝은 풀매기. 호미를 하나씩 지급받은 우리는 쪼그려 앉아 고랑의 풀을 살살 긁었다. 조금씩 풀매기에 자신감이 붙을 즈음, 우리를 보며 혀를 차는 차가운.

아니 풀을 그렇게 다 꺼내 놓으면 어떡해요, 흙으로 덮어놔야 또 나오지!”

다시 되돌아가 풀 위에 흙을 고르게 뿌렸다.

 

나만 열심히 일하는 것 같은 바람직한 사진. 왼쪽부터 도시의, 유기농, 제4의 도시락 멤버 이귀란 도시농부와 그의 가족.

 

그동안 밭은 기온차가 심해 오전시간에는 외투를 입지 않으면 몸이 으슬으슬 떨렸는데, 이날은 도착한 시간부터 더웠다.

더운날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하며 풀을매다 자리를 옮기려 기지개를 쭉 펴니 머리가 핑 돈다. 고작 15평에 난 풀이 사람을 잡는다, 잡아.

아이고 힘들어!”

아니 했다고 벌써 힘들어!”

약골 체력 좀, 존중해 주시죠.”

나의 곡소리에 핀잔을 주는 도시의. 이 아저씨, 정말… 난 원래 어릴 때부터 체력이 약했단 말이다. 두고보자.

 

이상과 현실의 차이

민들레 꽃이 불투명한 흰색을 띄며 씨앗으로 변했다. 민들레 군락을 보며 어쩐지 환상 속으로 빠져든 기분이 들었다.

 

풀을 베며 자꾸만 최근에 본 자연농 다큐 생각이 났다. 이걸 뽑지 않고 베면 어떨까 속으로만 생각했는데…

자연농은 낫으로 풀을베죠. 근데 베는 게 더 힘들어, 이렇게 뽑는게 고생이 덜 해요.”

내마음을 귀신같이 알아들었는지, 차가운이 말했다. 아아, 잔혹한 현실과 이상의 차이여.

찬우물 농장은 공동농장이기에 누군가 자연농을 하면 풀을매는 옆밭까지 풀의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자연농을 하는 사람은 주변 도시농부들에게 공공의 적이 되기도하는 것이 현실.

15평 밭으로도 끙끙 앓으면서도 마음껏 자연농도 실험해 보고 이것도 저것도 해보고 싶다는 인간의 욕망이여, 아아.

 

생 풀의 맛

리틀포레스트의 해원이 부럽지 않은 봄풀 샐러드

 

유기농펑크를 시작하며 가장 큰 수확은 매일 봄에 나오는 풀 샐러드를 먹게 됐다는 점이다.

이날도 나는 열심히 호미질, 괭이질 하는 두 남자들을 뒤로 하고 풀을 캤다.

 

농땡이 부리며 일하는 두 남자를 찍었다.

 

이번엔 앉아 쉬며 샐러드 만드는 두 남자를 찍어 보았다. 쉬는 동안 도시의에 대한 복수의 마음을 고이 접었다.

 

이제는 내 무릎을 넘보며 자라는 명아주라든지, 쑥, 돌미나리, 냉이꽃, 민들레, 제비꽃…

엽채소와 과일만 샐러드로 먹어온 나에게 봄의 풀은 상큼함, 시큼함, 쌉싸름함, 달콤함과 처음 경험해보는 아삭하고 부드러운 식감을 선사했다.

아직은 수확할 것이 아무 것도 없어도 충분한, 봄이 주는 자연의 풀맛에 감탄하는 날도 이제는 막바지에 이르렀다.

대신 다음주에는 또 다시 비를 맞고 무럭무럭 자라난 상추를 뜯어먹을 수 있는 날이 다가온다.

그리고 무더위와 땡볕에 싸우는 날과, 조금씩 수확의 기쁨을 알려주는 날도 다가온다!

자연이시여, 우리에게 제발 작은 고난만 주시기를.

 

 

이아롬

마당이 있는 시골집에서 미니피그를 키우며 살기 위해 헬로파머에서 일하고 있는 매니징에디터. 도시청년 농사 자립 프로젝트 '유기농펑크'로 활동하며 농사와 생태적인 삶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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