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살이가 ‘월든’일 줄 알았지

[※편집자주: ‘시골에서 다양한 삶을 살 수 있을까?’를 질문해 온 헬로파머는 서울에서 나고 자라 공중보건의사로 병역 복무를 하며 시골살이를 처음 경험해 본 청년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외지인이자 의사의 시선으로 바라 본 홍성이라는 지역을 소개합니다.]     서울에서 태어나 주로 서울에서 살아온 내가 공중보건의사로 홍성군 금마면에 온 지 4개월이 지났다. 공중보건의는 줄여서 공보의라고 하는데, 의대를 졸업한 남자가 병역의…

해외 사례로 알아보는 ‘사회적농업’ 4가지

올해부터 정부에서는 ‘사회적농업’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사회적농업은 문재인정부가 수행할 100대 국정과제 중 26번째인 ‘사회적경제 활성화’의 한 분야로, 농업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에게 친숙하지 않은 단어임은 확실하다. 아직까지 단어에 대한 정의도 명확하게 내려져있지 않다. 이런 사회적농업의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서 해외의 농장 네 군데를 소개한다.     1. 싱가포르의 컴크롭(COMCROP) 싱가포르의 컴크롭(COMCROP)은 도시 중심부에 위치한 도시농장으로…

스텝부터 사장까지, 베테랑 게스트하우스 운영자의 제주 정착기

2012년 초, 첫 직장을 퇴사하며 영혼까지 탈곡된 마음을 달래기 위해 무작정 제주행 티켓을 끊은 적 있다. 그때 독특한 소개에 끌려 덜컥 예약해 며칠을 보낸 게스트하우스의 설명은 이러했다. ‘손님이 왕이 아니라 주인이 왕. 단, 왕의 손님으로서 국빈급으로 모실 것을 약속드립니다.’ 그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무뚝뚝한 유지현 매니저는 당시 지나친 친절함이 디폴트인 서비스업계에서는 신선한(?!) 캐릭터였다. 그렇지만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담백하게 꺼내고, 투숙객을 불편함 없이 편안하게 챙겨줬던 그의 마음 씀씀이와 며칠간 나눴던 대화의 밀도는 6년 뒤인 지금까지 꾸준히 안부를 물어보게 만들었다. 얼마 전 오랜만에 다시 만났을 땐 제주의 정체성이 물씬 풍기는 커다란 야자수 정원이 있는 금능 게스트하우스 ‘유지공간’의 대표가 된 그. 지나친 친절을 앞세우기 보다는 손님을 동등한 태도로 대하지만 불편한 것 없이 사려 깊게 챙기는 태도는 여전했다. 그런 그와 저녁에 6년 만에 맥주 한 잔 하며 연고 없이 찾아온 제주에서 게스트하우스…

평화로운 감밭의 독재자

  이상적인 가족농의 모습을 보고 싶었다. 그래서 그동안 미디어에 숱하게 소개된 행복한 감나무집, 구례 ‘자연의뜰’ 가족을 찾았다.  감 마니아라면 꼭 다시 찾는 맛 좋은 감을 생산해 내는 김종옥, 서순덕 농부와 3년전 서울에서 귀농해 가족농에 합류하며 자연의뜰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있는 아들 김상수 씨와 며느리 김은혜 씨. 이들은 가족으로도, 서로 협업하는 동료로도 완전체처럼 느껴졌다.  어쩌면 이들이라면…

아버지와의 갈등에 농사를 그만두고 싶어요

“아버지와의 갈등에 농사를 그만두고 싶어요”   안녕하세요. 저는 강원도 양양에서 부모님과 함께 채소 농사를 짓고 있는 20대 남성입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에게 어깨 너머 농기계를 배우며 농사에 흥미를 느꼈습니다. 부모님께서 농사일을 도울 것을 강요하지 않았기 때문에 농사의 장점을 더 많이 들여다 볼 수 있었는데요. 그렇게 자란 저는 농사에 혹해서 농고와 농대를 선택했고, 대학을 졸업한 뒤 고향으로…

농사에 대해 주인의식이 낮은 나, 괜찮을까요?

“농사에 대해 주인의식이 낮은 나, 괜찮을까요?”   안녕하세요. 저는 지리산이 있는 마을에서 태어나 농사짓는 부모님 아래서 자란 30대 남성입니다. 저는 작년 8월 고향으로 돌아가 부모님과 과수농사를 함께하고 있습니다.   사실 처음부터 농사를 지을 생각은 아니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학교에 다녀오면 친구들과 놀 수 있는 기회도 주지 않고 강제로 농사일을 하도록 강요하는 부모님 때문에 농사에 대한 반발심이…

우리가 일본에서 발견한 것은

양애진 | 기획자, 팜프라 구성원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디테일을 봤다” 얼마 전, 밀양의 어느 사과즙 리브랜딩을 의뢰 받았다. 네이밍과 로고 디자인을 새로 해달라는 것이었다. 타겟층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고객을 넘어 새로운 고객의 유입이 필요했다. 이에 아이들을 타겟으로 한 귀여운 이미지를 만들어보자는 제안이 나왔다. 하지만 거듭되는 시도에도 그다지 매력적인 디자인이 나오지 않았다. 그럴 듯은…

전통도 충분히 힙하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국산 맥주를 마실 때 선택지가 적었다. 한국에서 맥주가 두가지 브랜드로 대표되는 동안 맥주 맛을 비하하는 농담이 유행했고, 사람들은 조금씩 수입맥주로 관심을 돌렸다. 수입맥주는 수많은 ‘맥주덕후’를 움직였고, 다양한 맥주 양조장이 전국에 생기며  ‘맥주’의 맛과 이미지가 풍부해졌다.   일본에서는 사케가 그렇다. 지난 몇 십 년 이상 대형 제조사의 대량 생산설비에서 쏟아져 나와…

정이 들었어

“그새 정 들었는데…” 처음 해보는 목장 일에 좌충우돌하는 사이, 벌써 마지막 날이 다가왔다. 만나기 전부터 살가웠던 이연재 목부와 달리, 처음에는 인사도 데면데면 하며 낯을 가리던 장훈 목부. 그런 그가 이틀동안 우리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정들었다’ 말해주니 왠지 뭉클했다. 실제로 우프를 해보니 2박3일이라는 시간은 정말 짧고 아쉬움이 커 왜 우프코리아가 우퍼에게 2주라는 시간을 권하는지 조금은 알…

돼지는 꿀꿀 울지 않아

“어제 일찍 잠 드신 것 같은데, 간만에 몸 쓰셔서 너무 피곤하신 건 아닌가 싶어서 맥주 한 잔 하자고 말도 못 꺼냈지 뭐예요.” 사실 지난 밤, 같이 맥주 한 잔 하자 하려다 혹시 부담스레 들릴까 말을 꺼내지 못했던 건 우리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서로의 소심함을 탓하며 맥주 대신 모닝커피로 아쉬움을 달래고, 다시 돼지들이 있는 목장으로 출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