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도

“‘인슬레이브드(Enslaved)’ 노래 틀어줘.” “밴드 이름이지?” “응, ‘노예가 되게 하다’라는 뜻이지. 지금 나의 심정을 대변하는 이름이랄까.” 휴일 오전 9시, 나와 동거인은 차가운 도시의 유기농(차도유)농장 텃밭, 찬우물 농장으로 달려가고 있다. 운전면허가 없어 차도유 공동모임이 있는 월요일에는 ‘도시의’ 로이든의 차를 카풀해 다녔는데, 이렇게 급하게 갈 땐 어쩔 수 없이 동거인에게 부탁해 함께 가야 한다. (사실 나는 요즘 운전면허…

뜨거운(!) 도시의 유기농

몸이 차가운 나는 지구 온난화 시대에도 여전히 여름을 좋아한다. 따뜻하니까. 에어컨 보다는 선풍기로 충분한 몸이라 지난 주까지만 해도 크게 덥거나 땀 흘릴 일이 없었다. 하지만 해가 가장 길다는 하지(夏至)를 며칠 앞둔 시점이 되자, 가만히 있어도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힌다. 체력이 약한 덕에 다른 멤버들의 1/5 정도만 노동하는데도 말이다. 역시 절기는 무시할 수 없구나, 라고 농사…

유월의 맛

수확이 아닌 채취라는 말이 잘 어울렸던 봄의 풀맛. 하지만 이제부터는 채취대신 본격적인 수확이다! 봄의 풀맛이 상큼했다면 유월의 맛은 다채롭다. 상큼하고, 짭쪼름하고, 고소하고, 매콤하고, 달큰하다. 이래서 인류는 수렵과 채집 이후에 농경사회로 진입했나 보다.   아침 8시엔 역시 맥주지   “이제 날이 너무 덥죠. 아침 8시에는 와야 일할 수 있겠어요.” 평소보다 2시간 빨라진 모임시간 때문에 잔뜩 얼어…

다큐 ‘자연농’을 찍은 감독들이 도시에 정착한 이유

세계를 돌아다니며 다큐 ‘자연농’을 작업한 강수희, 패트릭 커플. 그들의 다큐가 완성된 2015년부터 지금까지 생태와 농업을 사랑하는 사람이 모이는 다양한 곳에서 크고 작은 상영회가 열리고 있다. 이후 그들이 오사카의 한 마을에 예술 공간 ‘더 브랜치’를 열어 자리 잡았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마침 일본에 있던 우리가 만나러 가지 않을 수 없었다.   자연농 커플이 정착한 동네에 도착해…

도시농부의 삶

연속으로 파머스마켓에 출점해야 했던 주말. 나는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마르쉐@’ 출점까지, 쉼 없이 노동하는 주말을 보내야 했다. 지난 주말 두 파머스마켓을 출점하며 나는 20년 전 자주 보던 예능 속 코너인 ‘비교체험 극과 극’을 떠올렸다. 제목으로 유추할 수 있듯, 같지만 질적으로 전혀 다른 두 도시장터를 체험해야 했던 시간. 도대체 지난 주말에 내게 어떤 일이 일어난 걸까.   파머스마켓은…

마을이 ‘플랫폼’이 된다면

시골을 지나 다시 시골, 바다 건너 다시 시골. 오사카에서 출발해 차로 다섯시간을 달려 산 속에 놓인 한 마을에 도착했다.   이 마을의 이름은 카미야마. 비가 막 그쳐 산 허리에 짙은 구름을 두르고 있는 풍경을 보자마자 탄성이 터졌다. “우와, 정령이 살 것 같은 곳이야!”  “응, 한자로 쓰면 신산(神山)이란다.”   작은 밭과 산과 들, 자연이 펼쳐진 풍경에…

딸기가 좋아🍓

나에겐 좋아하는 딸기 농가가 두 군데 있다. 그래서 지금 당장 딸기가 먹고 싶더라도 꼭 내가 좋아하는 농부와 직거래 해 기다림 끝에 먹는다. 직거래 해 먹는 딸기는 하루동안 택배박스 속에 던져지고 물류창고 속에 있었음에도 마트의 딸기보다 새콤달콤하고, 딸기를 먹은 다음날까지 손 끝에서 딸기 향이 날 정도로 향이 진하다. 이 맛의 세계에 빠지기 시작하면 그 다음부터 딸기란 검증된…

초록맛, 봄의 풀 맛

  비닐로 만든 돔 안이 더워졌다. 이제부터는 하우스 보다 밖이 훨씬 쾌적한 날이 시작된다. 즉, 농사가 점점 바빠진다는 뜻이다.     지난주에는 비가 많이 오는 바람에 2주만에 모인 차가운, 도시의, 유기농. 공동밭은 비맞고 무럭무럭 자란 감자 싹과 상추, 완두, 그리고… 어마어마한 풀이 있었다.   고난의 앉았다 일어나기   이제 감자싹에 1차북주기를 해야할 시기. 이상린 대표의 가르침 받들어…

잔혹한 플리마켓2

  “아롬쌤, 우리가 농부로 살 수 있을까요?” 차가운, 그러니까 찬우물 농장 이상린 대표가 말하는 ‘농부로 사는 삶’은 뭘까. 도시농장을 운영하며 자신만의 농사를 짓고 소비자와 거래하는 차가운도 엄연한 농부다. 하지만 뜬금없는 그의 질문은 ‘평생’ 농부로 살 수 있는 삶을 의미하겠지. 그런 삶을, 우리는 살 수 있을까.       오전에만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지만, 하루종일 비가…

‘체험’ 없이 충분한 소금공장

도시에서는 잊을만하면 노키즈존 논쟁이 벌어지는데, 어쩐지 농촌은 정반대인 듯하다. 어린이 눈높이에만 맞춰진 체험 학습이 대부분인 ‘6차산업’ 관광 상품에 자연에서 힐링하고 싶어 농촌을 찾은 성인들은 당황하기 일쑤. 한국의 6차산업에 지금과 같은 체험학습만이 답일까. 다른 가능성도 있다는 것을 나는 일본 오키나와에서 봤다.   오키나와를 여행하며 운 좋게 현지에 살고있는 한국인과 연결된 적 있다. 그는 내게 가볼만한 관광지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