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곤

헬로파머의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시골에서 농사 안 짓고 사는 방법을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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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쟁이다. 소주, 맥주, 와인, 위스키, 사케를 가리지 않고 좋아한다.
하지만 막걸리를 비롯한 전통주는 손이 가지 않았다.
막걸리의 탓이 컸다. 다음 날 숙취로 고생한 기억이 많기 때문이다.
막걸리가 아닌 다른 술들도 마찬가지로 손이 가지 않았다.
마셔본 것이라 해봤자 안동소주나 한산소곡주 정도지만 막걸리를 제외한 전통주는 제사 때나 쓰는 술이라는 생각이 강했다.
평택의 전통주 양조장 ‘좋은술’을 찾아갈 때까지만 하더라도 생각은 변함이 없었다.

 

좋은술 양조장

삼양주? 오양주?

좋은술은 삼양주와 오양주를 만드는 양조장이다.
삼양주는 뭐고 오양주는 뭐란 말인가.

“전통주라고 하면 흔히 막걸리를 생각합니다.
물론 막걸리도 전통주예요. 하지만 한 번만 빚었죠.
‘삼양주’는 세 번 빚은 술이에요.
다섯 번 빚으면 ‘오양주’가 되고요.”

좋은술은 평택에서 나는 추정미만 사용하고 있다. 올해 사용한 쌀만 35만톤이다.

술을 빚기 위해서는 쌀과 누룩, 그리고 물이 필요하다.

먼저 쌀을 물로 씻는다. 귀찮다고 대충 씻으면 술에서 신 맛이 나기 때문에 꼼꼼하게 씻어야 한다.
씻은 쌀을 하루동안 불린다. 퉁퉁 불은 쌀을 쪄서 고두밥을 만들고 누룩을 섞으면 밑술이 된다.
이 과정을 한 번만 하고 발효를 해 거르면 막걸리다.

발효로 곧장 넘어가지 않고 같은 과정을 반복하면 덧술이다.
밑술에 덧술을 두번 섞으면 삼양주, 덧술을 네 번 섞으면 오양주다.
담근 술은 3개월 간 발효한다.

좋은술 이예령 대표

 

“이 과정을 다 손으로 해요.
삼양주는 빚는데 삼일, 오양주는 일주일이 걸리는데 더운 여름에 술을 빚으면 진이 빠지죠.
위생복 안으로 땀이 비오듯 쏟아져요.”

술은 여러 번 빚을 수록 깊은 맛과 향을 낸다. 하지만 여러 번 빚을수록 술의 양도 늘어나 재고 처리가 까다롭다.
우리 주변에서 삼양주와 오양주를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이유다.

술들을 보여주겠다는 이예령 대표를 따라 양조장으로 들어갔다.
전통주 양조장이라기에 항아리가 가득한 한옥을 생각했으나 오산이었다.

‘청결은 생명이다!’ 라는 문구가 양조장 곳곳에 붙어 있다.

에어커튼에서 나오는 강한 바람이 반겼다. 벽마다 ‘청결이 생명이다’라는 구호가 붙어 있었다.
찜기와 수조는 깨끗했다.

양조장 내 작업장. 바닥은 방수 처리를 했다. 수조는 작업이 끝나자마자 세척한다. 직원들이 내일 빚을 술을 준비하고 있다.

 

“마시는 거다보니, 청결에 신경을 쓸 수 밖에 없어요.
양조장을 설계할 때부터 ‘해썹(HACCP)’기준에 맞췄어요.”

좋은술은 술을 세 번에 걸쳐 숙성한다.
1차 숙성실의 온도는 -15
°C. 발효를 마친 술들이 이 곳에 모여 한 달간 숙성된다.
1차 숙성을 끝낸 술들은 -5
°C의 2차 숙성실에서 두 달을 보낸다.
최소 세 달은 숙성해야 깊은 맛이 난다는게 이유다.  

2차 숙성실에는 3개월간의 발효와 1달간의 숙성을 마친 술들이 모여있다.

 

세 달을 숙성했다고 해서 모두 바로 팔리는 건 아니다.
출하되지 않은 술은 3차 숙성실로 옮겨진다.

3차 숙성실은 오랫동안 숙성된 술들이 가득하다. 이 중 좋은 술들은 증류해 화주로 재탄생된다.


3차 숙성실의 온도는 2차 숙성실과 같은 -5°C지만 짧게는 6개월, 길게는 2년 전에 담근 술이 가득하다.
깊게 숙성된 술들은 증류해 화주로 재탄생된다.

 

취향 따라 골라 마시는 술

좋은술이 판매하고 있는 술들, 왼쪽부터 삼양주인 술예쁘다, 술그리다. 오양주인 천비향 약주 500ml, 375ml, 천비향 탁주, 천비향 화주 = 좋은술 제공

좋은술이 판매하는 술의 종류는 삼양주인 ‘술그리다’와 ‘술예쁘다’, 오양주인 ‘천비향’. 크게 세 가지다.

그 중 눈에 띄는 술은 ‘술예쁘다’였다. 빨간 쌀인 ‘홍국’을 넣어 빚은 술예쁘다는 은은한 자주빛을 띈다.
보기에도 예쁠 뿐더러, 흥국 특유의 단맛이 배어 있어 젊은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많이 찾는 술이다.

술그리다는 쌀과 누룩, 물로만 만든 술이다.
술예쁘다와 마찬가지로 탁주다.
화이트와인을 연상케 하는 맛이라 어느 요리든 잘 어울려 꾸준히 찾는 술이다.

천비향은 오양주로만 구성돼 있다. 프리미엄 라인이다.
약주와 탁주, 화주가 있다.
화주는 충분히 숙성된 오양주를 증류한 술로, 40도가 넘는 높은 도수가 특징이다.
높은 도수 때문에 시음을 주저했지만 막상 마셔보니 목넘김이 부드럽다.
얼음을 넣어 온더락으로 마셔도 특유의 향이 살아 있다.

 

제사 때만 쓰기에는 아까울 걸?

좋은술은 대전에서 매년 열리는 국제와인페어 TOP10에 두 번 입상했다.
세계 각지에서 온 10,000개의 술들과 경쟁해 얻은 결과다.
마셔보니 그럴만 했다.

천비향 화주를 한 병 사들고 양조장을 나서며, 제사 때만 먹기에는 너무 아까운 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폰을 꺼내 지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좋은 술 하나 사왔는데, 한 잔 할래?”

 

김현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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