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아롬

마당이 있는 시골집에서 미니피그를 키우며 살기 위해 헬로파머에서 일하고 있는 매니징에디터. 도시청년 농사 자립 프로젝트 '유기농펑크'로 활동하며 농사와 생태적인 삶에 관심이 많습니다. 이 구역의 유일한 돼지덕후+식물덕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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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모아 장터 참여를 계기로 우리는 ‘차가운 도시의 유기농’이라는 팀 이름도 생겼고 각자 닉네임도 생겼다.

이상린 대표는 ‘차가운’, 로이든 쉐프는 ‘도시의’, 나는 ‘유기농’.

각자의 농장, 레스토랑 프로젝트 명의 앞글자를 따 서로의 별명처럼 부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대망의 플리마켓 D-1이 돌아왔다.

차도유 부스를 함께 출점하기로 한 차가운과 유기농이 함께 텃밭 갈무리를 하기로 약속한 날이다.

2박3일의 지방 취재를 마치고 감기몸살기운과 함께 밭으로 출동!

 

차도유와 함께 도시락을 먹는 제4의 멤버, 이귀란 도시농부가 멋진 팻말을 완성해 줬다.

 

밭으로 출근(?)을 하니, 우리의 제4의 멤버라 할 수 있는 도시락 멤버 이귀란 도시농부가 플리마켓 간판으로 쓸 차도유 팻말을 만들어 왔다.

늘 아기자기하고 사랑스러운 아이템을 장착하고 다녀 찬우물농장의 패셔니스타로 손꼽히는 그.

팻말을 만드는 센스 또한 훌륭해 우리를 감동하게 만들었다.

 

민들레를 수확하고 갈무리하는 법을 차근차근 설명해주는 차가운

 

간판 구경이 끝나기 무섭게 차가운의 손에 이끌려 민들레 밭으로 갔다.

제일 먼저 민들레 캐서 갈무리 하는 법까지 하나 하나 친절하게 알려주는 차가운.

민들레 수확은 잎과 뿌리가 다치지 않는 주변 땅에 단호하게 삽을 내리 꽂아 뽑은 뒤 민들레를 뽑아 흙을 털어주면 끝나는 간단한 작업이다.

 

그러나 차가운의 삽을 두동강 내는 것으로 보답했다.

 

“자, 이제 아롬 쌤이 해봐요.”

그저 패기있게 삽날을 힘껏 땅속으로 박았을 뿐인데 두동강이 난 차가운의 삽.

어쩐지 순탄치 않은 미래의 전조증상 같다.

 

또 다시 손수 시범을 보이는 차가운

 

“아롬 쌤! 이리 와 봐! 이게 뭔 줄 알아?”

헐레벌떡 달려간 곳에서 또 다시 일거리를 일러주는 차가운.

그는 명아주 한 움큼을 손에 쥐고 쉽게 수확과 동시에 갈무리 하는 법 특강을 하기 시작했다.

명아주는 땅 위의 줄기 부분을 손으로 잡고 그 밑을 낫으로 살살 긁어내듯 베어내면 수확이 끝난다.

그리고 손을 떼지 않고 그대로 잡아 몇 번 툭툭 털어주면, 흙과 잡풀이 함께 제거된다.

그걸 물로 한 번 씻어내면 바로 샐러드로 먹기 좋은 상태가 된다.

 

처음 해보는 낫질이 서툴러 가위로 명아주를 채취하기를 몇 십 분째.

다시 나를 부르는 차가운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아니, 지금까지 그만큼 한 거야? 세상에, 아니 언제 수확해서 언제 나갈거야!”

농부들 만나고 농사짓는 이론을 풀어내는 게 일이다 보니 그동안 너무 아는체 하며 살았나 보다.

생각보다 진도가 안 나가는 내 모습에 보다 못한 차가운은 자신의 일도 제쳐두고 수확을 돕는데 시간을 할애했다.

 

 

냉이 꽃을 수확하는 나. 여유롭고 능숙해 보이는 차가운과 달리 어쩐지 포즈에서도 아마추어의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많이 자라지 않아 가장 힘들었던 돌나물 채취

 

그렇게 완성된 것이 <해원의 샐러드 한 접시>. 해원은 영화 리틀 포레스트의 주인공 이름이다.

 

해원의 샐러드 한 접시 다섯 봉지를 만드는 데만 3시간이 넘게 걸렸다.

여러가지 풀을 넣었는데, 각자 수확하는 시간이 달라 패키지 하는데도 시간이 오래 걸린 것.

몸살 기운이 있는데 찬바람을 맞으며 낑낑거리니 어쩐지 몸이 으슬으슬 떨리기 시작했다.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하다보니 어쩐지 머리가 핑 도는 느낌은 내가 너무 실내에서만 생활해 버릇해서겠지.

 

내 상태를 보다 못한 차가운은 빨리 집으로 가라며 빠르게 갈무리를 도우며 집으로 보냈고, 나는 덜렁 5만원도 채 안되는 수확량을 들고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집으로 돌아갈 기력이 없어 눈물을 머금고 택시를 불렀더니, 시외요금이 추가되어 택시비만 1만 3천원.

이것으로 준비가 끝난다면 좋겠지만, 턱도 없는 기대다.

 

어필하기 위한 작명은 필수다. 그리고 뭐가 들어갔는지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센스도 필요하다.

 

디자이너 친구 Urban Romantic City의 도움을 받아 유기농 펑크의 팻말도 만들었다. 프린트해서 박스에 붙였다.

 

이런저런 포장 작업까지 끝내고 나니 벌써 자정이 넘은 시간.

고생을 하니 본전 생각이 앞서는 것이 사람의 마음.

하지만 완판해도 5만원도 못 번다. 최저임금과는 이미 결별이란 뜻이다.

고작 이거 하는데도 이렇게 힘이 드는데 농부시장에 출점하는 농부들은 어떨까.

그 수고스러움이 이렇게 큰지 생각조차 못하고 ‘비싸다’ 생각한 지난날을 반성하게 되었다.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보안여관에서 하는 행사에, 나름 우리 차도유의 첫 데뷔무대(?)인 셈.

재미있을 거란 기대로 설렘 반, 걱정 반으로 잠도 오지 않는다.

차도유 대망의 첫 플리마켓은 성공적일 수 있을까, 장터에서는 어떤 인연들을 만나게 될까.

 

이아롬

마당이 있는 시골집에서 미니피그를 키우며 살기 위해 헬로파머에서 일하고 있는 매니징에디터. 도시청년 농사 자립 프로젝트 '유기농펑크'로 활동하며 농사와 생태적인 삶에 관심이 많습니다. 이 구역의 유일한 돼지덕후+식물덕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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