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곤

헬로파머의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시골에서 농사 안 짓고 사는 방법을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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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양파와 마늘 가격이 폭락했다.

밭을 갈아 엎는 농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5월 30일 평균 가격을 기준으로 양파는 kg당 660원.

1,000원도 안 나온다.

마늘 값은 kg당 4960원.

5,000원을 밑돈다.

작년과 비교해보면 마늘은 9.2%, 양파는 33.9% 하락했다.


왜 이렇게 된거야?

세 가지 이유다.

하나는 정부의 수요 예측 실패.

하나는 지난해 마늘, 양파의 가격 폭등으로 인한 재배면적 증가.

하나는 저장 농산물과 수입 농산물의 시장 출하.

 

정부의 수요 예측이 따로 놀고 있었다.

지난달 말 통계청이 발표한 재배면적 결과를 보자.

마늘은 24,864ha에서 3,488ha 증가한 28,351ha로 늘었다.

양파는 19,538ha에서 6,880ha 증가한 26,418ha로 늘었다.

각각 14%, 35.2% 늘어난 셈이다.

 

그런데 통계청보다 앞서 발표한 농촌경제연구원(KREI)의 자료는 통계청과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KREI는 마늘의 재배면적이 1,504ha만 증가했다고 말한다.

양파도 마찬가지다.

KREI가 예측한 재배면적은 3,462ha만이 증가했다.

 

KREI의 예측과 통계청의 예측의 아귀가 안 맞다.

통계청은 KREI보다 상위기관이다.

KREI의 예측을 바탕으로 농산물 재배 및 유통 계획을 짠다 하더라도

통계청의 예측이 나오는 순간부터 통계청의 예측을 바탕으로 새로운 계획이 수립돼 배포된다.

두 기관이 서로 다른 통계를 배포한 셈이다.

 

사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양파와 마늘의 가격은 비쌌다.

가뭄이 덮쳤고, 냉해가 겹쳤다.

금 마늘, 금 양파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폭등했었다.

농민들이 돈이 몰리는 마늘과 양파로 몰렸다.

마늘과 양파의 재배 면적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물량이 많이 풀리니 당연히 가격은 하락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작년에 값이 폭등했다는 이유로 올해도 값이 폭등할 경우를 대비해 정부가 저장해뒀던 양파와 마늘이 시장에 풀렸다.

중국산 양파와 마늘도 시장에 풀리기 시작했다.

 

세 가지 이유가 모여 만든 결과는 폭락이었다.

농민들은 밭을 갈아 엎는 ‘산지폐기’를 감행했다.

농민들이 마늘과 양파 공급가 안정을 촉구하며 양파를 폐기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그거 그냥 무료로 나눠주면 안 돼? 왜 밭을 갈아 엎어?

물론 농민들도 그러고 싶다.

 

도시 사람들은 말한다.

“시골 사람들이 더 인심이 야박하다”

“그거 차라리 나눠줘라”

 

농민들이 답한다.

“무료로 나눠주는 것도 돈이 든다.”

 

산지 폐기 예정인 양파를 나눠준다고 가정해보자.

밭에서 자란 농산물들을 수확해야 한다.

인력이 필요하다.

인건비는 8만원부터 시작한다.

양파는 100% 수작업이다.

모두 손으로 뽑아야 한다.

돈이 든다.

 

수확만 했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사람들에게 나눠 주려면 포장이 필요하다.

수확한 농산물 그대로 트럭에 담기에는 공간이 부족하다.

포장을 위한 인건비가 또 든다.

 

포장을 다 했다고 치자.

사람들에게 나눠주기 위해 도시로 올라갈 차례다.

운송비가 또 든다.

남부 지방에서 주로 자라는 양파가 서울까지 오려면 기름값만 기본 10만원이다.

 

결국 무료로 나눠주는데에도 막대한 돈이 필요하다.

현실적으로 생각했을 때

돈을 들여 나눠주는 것보다 밭을 갈아엎고

정부로부터 약간이나마 보상금을 받는게

그나마 손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인 셈이다.

 


결국 다 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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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어?

물론 있다.

 

첫째는 생활협동조합, 생협을 이용하는 거다.

생협은 출자금을 낸 조합원을 대상으로 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판매하는 협동조합이다.

생협은 농부와 직접 계약해 농산물을 공급받는다.

직접 계약을 통해 생협은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고

농부는 중간단계 비용을 최소화 할 수 있다.

출자금을 내고 가입한 뒤

매대에 진열된 상품들을 골라 카트에 담으면 끝.

마트를 이용하는 것과 별 다른 게 없다.

 

둘째는 크라우드펀딩이다.

‘농산물에도 크라우드펀딩이 있다고?’

응, 진짜 있다.

농산물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농사펀드에는

에디터들이 선별한 다양한 투자 상품이 준비돼 있다.

농부는 수확 때까지 필요한 농사자금을 확보할 수 있고

투자자는 적절한 가격에 농산물을 구매할 수 있다.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영농자금이 필요한 농부에게 투자한 뒤, 수확철에 농부가 기른 생산물을 리워드로 받을 수 있다. © 농사펀드

 

세번째는 농산물 직거래다.

복잡한 유통,운송 과정을 생략하는 만큼 더 신선하다.

단계마다 부과되는 각종 비용들이 생략된다.

저렴한 가격에 농산물을 살 수 있다.

아는 농부 한 명쯤 두면, 인생에 큰 도움이 된다.

게다가 모든 비용이 생산자에게 오롯이 들어간다.

가장 큰 장점이다.

 

직접 기른 애플민트를 판매하는 논밭상점. ©논밭상점

김현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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