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곤

시골에서 농사 안 짓고 사는 방법을 고민합니다.
드론 등 신기술에 관심이 많습니다.

모든 작성글 보기

몇 주 전, 시골로 내려가고 싶다는 사람을 만났다.

직장생활에 지친데다가, 공기 좋은 곳에서 여유롭게 사는게 꿈이랜다.

삼시세끼를 보면서 시골살이에 대한 생각이 더욱 확고해졌다며 상상의 나래를 마구 펼쳐댔다.

잠자코 듣고 있다가, 차가 없으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라고 말했다.

뚜벅이인 당신이 시골에 내려가면 이런 일들을 겪게 될 거니까.

버스 기다리다 숨 넘어 간다.

시골의 대중교통은 열악하다.

그나마 좀 발전한 동네는 한 시간에 한 대씩 버스가 온다.

쇠락한 곳일수록 배차 간격은 길어진다. 하루에 세 대 오는 동네도 흔하다.

걸어가면 된다고? 아서라. 그러는거 아니다. 어차피 걷게 된다.

왜냐고? 버스 정거장이 집에서 몹시 멀거든. 집에서 정거장까지 10분은 기본이다.

버스 놓치면 한 시간을 기본으로 기다려야한다. 요즘같이 추울 땐 지옥이 따로 없다.

언제 올지도 모른다. 네이버 지도를 써도 소용이 없다. 버스 경로 서비스를 시행하지 않기 때문이다.

김현곤 기자가 고향에 살 적 탔던 노선, 버스가 어디까지 왔는지 알 수 없다.

 

당연히 정거장에 설치된 전광판을 통해 나오는 도착 알림 안내도 없다. 버스 시간은 기사님께 물어보거나 자기가 직접 외워야한다.

마을회관을 유심히 살펴보는 것도 좋다. 이장님이 붙여놓은 버스 시간표가 있을 수 있으니까.

대전 세동의 마을회관에 버스 시간표가 붙어 있다.

장날의 위험성.

시골은 5일장, 7일장, 9일장이 열린다.

장이 열린다는 건, 곧 사람이 많이 모인다는 것이고 당신이 탈 버스는 짐과 사람들로 꽉꽉 찬다는 뜻이다.

그래도 뭔 말인지 모르겠다고? 서서 가야한다는 말이다.

불편한 대중교통 탓에 장날이면 모두가 장을 보러 나온다. 버스 증차는 당연히 없다.

도시에서는 출퇴근 시간에만 지옥을 겪으면 됐지만, 시골은 아니다. 오는 버스 마다 꽉꽉 차있다.

빈 자리가 있다고? 안심하지 마라. 다음 정거장에서 어르신들이 타게 될 것이니.

 

마트에서 돌아오는 길이 천리길

시골에서 자급자족이 가능하긴 하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다. 어쩔 수 없이 마트를 찾게 된다.

가지런히 진열되어 있는 인스턴트와 군것질거리를 보니 심장이 빨리 뛴다.

그것도 잠시. 마트에서 산 물건들을 바리바리 싸들고 버스를 기다려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버스는 당연히 올 기미가 안 보이고, 마트에서 쇼핑하며 행복했던 물건들이 짐짝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그렇게 예뻐 보였던 시골길이 이제는 멀게만 느껴진다.

 

우여곡절 끝에 버스를 타고 정거장에 내려 집으로 가는데 가는 걸음이 천근만근이다.

너무나 얇은 비닐봉투가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찢어지기라도 하면, 그냥 길바닥에 주저 앉아 울고 싶다.

 

불금? 그게 뭐죠?

시골에는 불금이 없다.

밤 늦게까지 술집에서 술 먹다 집에 가는 건 꿈도 못 꾼다.

버스가 빨리 끊기기 때문이다.

마시려면 친구 집에서 마시고 하룻밤 자야 한다.

굳이 읍내 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싶다면 낮술을 하거나, 택시를 타거나.

낮술하면 다음날 마을에 소문이 다 난다.

택시? 돈이 아주 많은 게 아니라면 추천하고 싶지 않다.

 

복합할증이라고 들어는 봤나?

호프집에서 먹는 맥주의 유혹을 이기지 못했다.

술을 한껏 마시고 택시를 타고 집으로 향한다.

그런데 미터기 올라가는 속도가 범상치 않다. 미터기의 말이 적토마 수준으로 빨리 뛴다.

12시도 안 지났는데 요금이 왜 이래. 자세히 보니 ‘복합’이라는 낯선 글씨가 미터기에 떠있다.

복합은 ‘복합 할증’의 준말이다. 승객의 수요가 없어 돌아올 때 빈차로 가야 하는 기사의 이익을 보전해주기 위한 할증이다.

그렇다고 해서 길에서 빈차를 잡아 타도 복합 할증 버튼을 누르지는 않는 건 아니다.

복합할증 때문에 어마어마한 요금을 내고 나면 술이 확 깬다.

다음부터는 택시를 탈 엄두가 잘 나지 않는다.

 

기술이 뚜벅이를 이롭게 하리라.

지갑 속 지폐가 탈탈 털리고 나니 이대로는 못 살겠다 싶다.

근데 면허는 없고, 운전은 무섭다고? 방법은 있다.

다름아닌 자전거다.

요즘은 전기 자전거 가격도 많이 내려갔다. 쉽게 살 수 있다. 세그웨이나 전동킥보드도 마실 나갈 용도로는 쓸만하다.

자기가 사는 마을이 백원 택시의 혜택을 받는 곳인지도 알아보자.

만약 백원택시 혜택을 받는 곳이라면, 축하한다. 저렴한 가격에 택시를 탈 수 있다.

안동시의 천원 택시 이용권. 이용권을 내야 천원에 택시를 탈 수 있다.

 

요금은 지자체 마다 다르지만, 대체로 터미널까지는 백원, 면소재지 까지는 천원에 이용할 수 있다.

65세 이상 어르신들만 백원 택시를 탈 수 있는 곳도 있으니 이장님께 물어보는 게 좋다.

 

김현곤

시골에서 농사 안 짓고 사는 방법을 고민합니다.
드론 등 신기술에 관심이 많습니다.

모든 작성글 보기